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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詐

1 삼천포로

. 미래를 보는 사람에 대한 인상 깊었던 비유. 온돌방에 군불을 때면 보통사람들은 방바닥이 뜨거워져야 뜨거운 걸 느끼는 데 반해, 이 사람들은 군불을 때기 시작할 때부터 방바닥이 뜨거워질 걸 느끼는 것이죠. 뭐 대충 이런 문장이었던 듯 싶다. 아님 말구.

. 요즘 다음에 연재되는 강풀씨의 타이밍이라는 인터넷 만화에는 10분후의 미래를 보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 사람은 안좋은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고 꿈속에서 10분후에 일어날 미래의 일을 본 후에 일어난다. 이걸 막을 수 있을까. 이 인물 외에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인물, 시간을 멈추는 인물 등이 등장해, 흥미롭다. 아직까지는 10분후의 미래를 바꾸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

. 이영도씨 판타지 소설 퓨처워커에는, 미래를 보는 주인공이 나온다. 이 사람이 어느날 미래를 봤더니 자기가 저 멀리 북쪽 빙하대륙에서 죽는 것이다. 그래서 이 주인공은 북쪽으로 간다. 자신이 본 미래를 이루기 위해서. 다들 뜯어말리는데 죽으러 간다.

. 미래는 바꿀 수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에 대해서 수많은 고전은 바꿀 수 없다는 데 손을 들어준다.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어떻게 저떻게 이상하게 일이 꼬이면서 결국은 신탁대로, 예언대로, 점쟁이의 말대로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논리대로라면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늙은이 악당은 자살을 하려고 자신에게 총을 쐈는데 불행히도 빗나가면서 총알이 철판에 튕겨져 톰크루즈를 맞춘다거나 하는 식으로 예언이 이루어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알고 있으니 바꿀 수 있다는 작자편의주의적 발상에 힘입어... 뒷이야기는 아시리라. 해피엔딩.

. 바꿀 수 있느냐 없느냐 정해져 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어짜피 남의 인생이다. 멕배드가 죽던말던 장님할망구마녀들이야 잘먹구 잘살지 않겠어. 근데 요것이 점쟁이 자신의 인생이 걸려있다면 아주 골치아파진다. 심심풀이 점을 쳐 커다란 냄비에 떠오른 영상이 빚쟁이가 나를 찾아와 죽도록 때리는 것이었단 말이지. 나는 이제껏 틀려본 적이 없는 100% 순한국산 점쟁인데, 이를 어째. 난 내일 빚쟁이한테 죽도록 두드려 맞는게야?

.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점쟁이 3원칙이다.

1원칙) 점쟁이는 자기 건 못본다
2원칙) 물리적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심하다
3원칙) 점의 해석은 애매모호하다

1원칙부터 차례대로 걸러내며 적어도 3원칙에서는 걸리게 되어있다. 점쟁이는 자신에 대한 점은 기본적으로 못 보게 되어있으며, 설혹 보려고 해도 물리적(3년간 말린 박쥐의 왼쪽 눈알과 황금으로 만든 세면대) 시간적(한달에 오직 1번 보름달이 뜬 날 자정) 공간적(영산 깊은 골짜기 동굴) 제약이 심해 원하는 때 원하는 만큼의 정보를 얻지 못한다. 또 설령 얻었다고 해도 해석이 틀릴 수도 있음. 자기자신에 대한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언가를 등장시키는 많은 작품들은 이 3원칙을 지키고 있다.

. 고백하건데, 나도 그렇다. 내가 본 내 미래가 미래를 본 것인지, 아니면 그냥 나의 상상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제약이 1원칙을 지키고 있으며, 언제고 시도 때도 없이 자주는 아니지만 어느 순간 문득 예정에 없이 의도하지 않았던 시간에 미래가 보인다는 것으로 2원칙을 지키고 있고, 과거를 돌이켜보건데 3원칙도 지켜지고 있다. '에이. 틀린다면, 그럼 그건 점을 본게 아니지' 라고 생각한 당신! 80%정도면 꽤 높은 것이라구요.

. 일이라는 건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예를들어 이번 주말 평창에 있는 한 팬션으로 친구들과 놀이를 가기로 이야기가 되어서 계획을 짜고 준비를 하고 출발해서 즐겁게 놀다가 돌아오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운전을 하던 J양이 갑자기 신경질을 내면서 나를 꾸중하는 일은 계획된 것은 아닐테지. OK 이건 남의 인생. 안그래도 무리한 일정에 피곤하던 나는 J양의 꾸중에 문득 화가나서 창문을 열고 큰소리를 지를 수도 있지.

. 낙타등에 지푸라기 하나 라는 외국 속담이 있다. 아주 가벼운 지푸라기 하나 때문에 짐을 싣고 이동하는 낙타가 쓰러지게 된다는 건데, 왜냐면 이미 낙타는 많은 짐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은 '이까짓 지푸라기 하나 더 실어도 되겠지' 하지만, 낙타는 그 때 쓰러진다. 내가 큰소리를 낸 건 마침 바로 그때 지푸라기 하나가 내 등에 내려앉은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 하지만 이걸 내가 오늘 미리 보았다면? 내 등에 하나씩 짐을 싣는 과정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a무리한 일정, b피곤한 일, c날카로운 신경, d.J의 신경질. a가 지푸라기가 되지 않은 이유는 b가 아닌 이유는 c가 아닌 이유는 d가 아닌이유는. 마치 길을 걷다가 손가락을 '딱' 하고 튕기는 순간 마법처럼 내가 본 미래가 일어나버리는 것과 같다. 낙타의 쓰러짐은 낙타가 존재한 그 순간 이미 정해져 있다.

. 자신의 미래를 본다는건 무척이나 피곤한 일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언제 일어날지 알 수도 없어서 일어나는 그 순간에 이르러서야 문든 손가락을 튕긴것같이 '아, 이루어졌다' 고 알 수 있죠. 게다가 꽤 많은 미래를 미리보기 때문에 막상 일이 닥쳐도 심드렁한 기분이 든단 말이지. 하루하루 삶이란게 이렇습니다. 1년 2년 아니면 10년뒤에나 일어날 자신의 미래를 문득 문득 보면서 아침을 먹고, 1년 2년 아니면 10년전에 보았던 미래가 이루어지는걸 느끼면서 심드렁한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다가 요리를 하고 저녁을 먹습니다.

. 호박조림 해먹어야겠다 내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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