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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 시선

1. 전철을 타고 집으로 오다가 난장이를 보았다. 난장이라고 하지 않고 뭐라고 해야하는지 잘 떠오르지 않네. 그저 '키가작은사람' 은 아니고 '소인' 도 아니고 어쨋든 매우 작은 분으로 내 허리춤에도 못미치는 키의 분. 웬지 쳐다보는 건 실례일 것 같아 눈길을 돌렸는데 다른 어떤 아저씨가 그 분을 계속 쳐다보았다. 그런식으로 평생을 타인의 시선을 받으며 살아왔을텐데, 그걸 어떻게 견뎌내는 것일까.

2. 나는 별로 눈에 튀는 스타일도 아니고 별로 대단한 꺼리도 없어 무리가운데 있어도 별로 있는 둥 마는 둥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무척이나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돌아다닌다. 하루종일 다른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에 대해 상상하며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이를테면 지하철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의 앞에 서서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에 꼭 '앉아있는 저 사람이 내가 들고 있는 책의 제목을 보고 나를 어떤 종류의 사람으로 분류할지도 모르겠군' 밥먹기 전에 물 한잔 마시듯 그런다. 병이다 이건.

3. 몇일전에 꽤 손님이 많은 지하철에서 앵벌이를 하는 노숙자분을 보았다. 지하철 외판원 처럼 뭔가를 소리내어 외치고 ('오늘도 밥 어쩌구 100원 어쩌구') 돈을 구걸하며 칸마다 돌아다니는 일을 하셨다. 여름인데 몇일간 씻지도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 게 너무나도 확실한 분.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 참지 못하고 옆칸으로 이동해버리는 손님이 있을 정도. 모두들 그 분을 한번 쳐다보고 불쾌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아저씨는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내는 것일까.

4. 시선을 의식해서 뭔가 하지 못한다는 건 아니니까, 좋게 보자면 상상력을 지나치게 발휘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확실히 그건 상상의 일일뿐인게 실제로 나를 의식한 시선을 행동이나 말로 표현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머리를 감지 않은 날 만원지하철에서 '혹시 내 머리에서 냄새가 나서 옆사람이 괴로워하지는 않을까' 라지만 실제로 '윽, 냄새' 의 표정을 짓는다거나 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나는 존재감을 남에게 확실하게 심어주는 타입은 아닌셈.

5. 난폭한 마을버스를 탔다. 급정거하는 스타일이 번지점프의 최하지점에서 느껴지는 쏠림과 비슷할 정도. 놀이기구에 탄것마냥 손님들은 동시에 '아악~' 하고 비명을 지른다. 옆에 서 계신 여성분도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비틀비틀, 마을버스가 꽤 오랜시간을 급정거에 할애하는 동안 이 여성분은 어쩔 수 없이 내 몸에 자신의 몸을 의지하였다. '아휴 이건 좀 곤란한 상황인데' 라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나 뿐일 것이다. 버스가 좀 살살 다녔으면 좋으련만.

6.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시선을 끄는 여자 사람들이 있다. 나는 시선을 그네들에게 고정시킨다. 매력적인 분들. 분명 꾸며진 외모에 대한 호감이긴 하지만 동물적이라거나 이성에 대한 것과는 좀 다르다. 그저 '저 사람은 자기가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 혹시 그걸 모르고 있다면, 그건 정말 불행한 일이다. '저기 이봐요, 당신 정말 아름다와요. 그걸 꼭 알려드리고 싶어요' 순수한 마음에서 일지라도 이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알고 있다. 이상한 오해를 사고 싶진 않다. 하지만 그걸 모르고 있다면? 머리가 혼란스러워진다. 알고 있길 바랄 뿐이다.

7.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의 시선 신경쓰면서 살 필요도 이유도 없다' 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사람이 두 눈을 가지고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주신건, 다른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조금은 생각하라는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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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문득 두슬님의 혈액형 타입이 궁금해집니다. 혹은 별자리.
어떤 성향을 토대로 그 사람이 나와 같은 부류구나 확인받을 수 있는 기준들이니까요. ^^

으흐흐. 점쟁이인 저는 혈액형이나 별자리의 인간타입 구분법을 무척이나 불신하는걸요 흐흣. 물고기자리 AB형입니다 냐하하

그나저나, 네트에 스스로 공개한 자신의 이미지란 (어느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겠지만) 본래 자신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P

'저기 이봐요, 당신 정말 아름다와요. 그걸 꼭 알려드리고 싶어요' 오오~ 이런말을 꼭 듣고 싶었어요 ^^* 오랜만에 들러서 여기저기 기웃기웃 여기 오면 꼭 보물찾기 하는기분이 들어요 만구 혼자생각 빛나는하루 되세요

casper 님 안녕하세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저처럼 뒹굴거리지 마시고 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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